2023.09.10 (일)

1. [고선생 에세이] 🎓
   금주의 고선생, '주말'님 이야기
   『다들 좋다고들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는 일들』
2. [오늘의 심리학 용어]

• 예컨대 나에게는 ‘외국어 공부’가 대표적으로 그런 셈이다. 지금껏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회화 등등 다종다양의 외국어 습득을 줄기차게 시도해 왔지만 제대로 성공한 적은 없다. 언제나 숫자와 기초 단어를 배우고 길을 묻고, 물건을 사고 팔 수 있을 즈음이면 귀신같이 포기해버린다.
• 처음에 생겼던 불같은 열정은 마치 훈김만 슬슬 올라오는 불씨처럼 허랑하게 식어 버린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워낙 무언가를 차근차근 익히는 지난한 과정을 못 견디는 면도 있고, 어색한 외국어 문장을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하고 있으면 어쩐지 언어 능력을 상실한 사람처럼 난감하고 처량한 기분에 빠진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정당한 표현을 찾지 못하는 상태를 내가 유달리 싫어하는 성격인 이유도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몇 년씩 묵묵히 언어를 배워 나가는 착실한 사람을 보면 공연히 부러운 마음이 솟는다.

•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대상에 관심을 가지고 동일한 감정을 느끼는 것. 유행이란 그런 것이다. 나는 평소에 유행에 대해서 이따금 생각해보곤 하는데, 대체 어디에서 유행이 시작하는지는 도무지 그 출처를 알 수가 없다. 특히 먹을거리에 대해서는 세상 어딘가에 유행 전용 음식을 찍어내는 공장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 그 중에서 나는 노티드 크림 도넛을 무척 좋아해서 종종 들르는데, 얼마 전까지 놀이기구처럼 줄이 늘어서 있던 것이 지금은 유령의 폐가처럼 텅텅 비어버렸다. 그때 나와 같이 줄을 섰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로 옮겨 가서 줄을 서고 있을까. 왠지 모르게 줄을 서서 다리 아프게 기다리다가 도넛을 먹었을 때가 더 맛있던 것만 같다.

• 포크너에게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다시 읽어보라'는 일종의 재독 이론이 있다면, 나에게는 음식에 관한 한 ‘피자 이론’이 있다. 아마도 포크너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예술 분야의 절대적 가치였을 것이다. 예술이란 감상자 개인의 주관적 요소가 중요한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예술의 유구한 역사에는 이미 검증이 완료된 논쟁 불가의 작품들이 분명 존재한다. 마치 내가 대부가 재미없다고 주장해도 그것이 훌륭한 영화임은 변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니까 그런 경우에는 단순히 감상자의 수준 문제라고 단정 지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 음식은 보다 개인적인 것이지만, 나는 미식에 관해서도 어떤 절대성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하다 내린 결론이 이 ‘피자 이론’이다. 많은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면 그것은 절대적으로 맛있는 음식이 되니까, 누군가 피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 ‘맛있을 때까지 다시 도전해야 한다‘라는 것이 나의 ’피자 이론‘이다. 피자가 맛없다고? 그건 피자 잘못이 아니라니까. 이렇게 배달 음식을 고를 때, 피자를 먹어야 한다고 우기는 논리로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 나는 사실 방어가 맛없는 생선이라고 생각한다. 타 어종 횟감에 비해서 식감도 딱히 특별할 것이 없고 지방도 많아서 쉽게 물린다. 그리고 아무리 신선한 방어라도 십중팔구 비린내가 나기 마련이다. 어째서 사람들은 그것을 ‘바다 내음’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번엔 주변 사람들이 ‘대방어 이론’을 펼치기 시작한다. ‘제철에 제대로 안 먹어봐서 그래’, ’다음에 내가 잘 아는 데로 가자‘ 이런 식으로 방어가 아니라 나의 문제로 몰아가기 시작한다.
• 하지만 나는 제철 대방어, 숙성 방어, 흑방어를 모두 먹어 봤지만 우럭이나 도미에 비하면 한참 맛이 모자라다고 생각한다. 문제 소지가 있는 발언일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말해서 ’맛있다고들 하니까‘ 다들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렇지만 언제부턴가 ‘여름에는 민어, 겨울에는 대방어’는 미식에 대한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 잡아서, 나는 ’내가 이상한가‘라는 생각에 겨울이면 ‘방어 좋아하기’에 도전하게 된다.

• 이런 것들 외에도 율리시스 완독이나 조정래의 장편 소설도 매년 줄기차게 도전하고 또 연전연패하고 있다. 이렇게 ‘모두 좋다고들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는 일들’을 정리하다 보면 나라는 인간의 총체에 대한 꽤나 유효한 분석 자료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낫또 먹기는 올해로 다섯번째 실패했다. 뉴진스의 신곡(ETA) 뮤직 비디오도 세 번이나 봤지만, 흐음, 어느 부분에서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윌리엄 포크너라면 분명 ‘그럼 네 번 보세요‘ 라고 할테지. 그 아저씨는 분명 공감 능력 제로의 극한 T 였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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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왜건 효과>  

 Band wagon effect

안녕하세요 ☺

고선생레터에서는 나를 이해하고 아픔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심리학 용어를 하나씩 소개합니다.

🌊 '시류에 편승하다'라는 말을 아시나요?

• 밴드왜건 효과를 나타내는 문장으로, 영어로는 "Jumping on the bandwagon"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시류란 때 시(時)에 흐를 류(流)로 이루어진 단어로, 그 시대의 풍조나 경향을 의미해요. 곧 "시류에 편승하다"는 "다수의 의견이나 흐름에 따라 움직이거나 행동하다"라는 뜻으로 볼 수 있어요. 
• 밴드왜건은 원래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역마차를 가리키는 말로, 퍼레이드의 선두에서 행렬을 이끌며 구경꾼들의 흥을 돋우는 악대차를 뜻해요. 당시에 금광을 발견하며 미국 전역에서 골드러시가 이어졌고, 이 때 밴드왜건이 선두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사람들을 이끌어 금광으로 향했다고 해요. 사람들이 너도 나도 덩달아 황금을 찾기위해 마차를 따라 서부로 떠났던 당시 사건에 빗대어 '밴드왜건 효과'라는 이름이 유래된 것이죠! 

• SNS를 비롯한 입소문 마케팅에서 시작해 품절대란을 넘어서, 물량이 부족해 암시장에서도 거래되며 2014년을 뜨겁게 달궜던 감자칩이죠. 바로 이 사건이 밴드왜건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처럼 밴드왜건 효과는 마케팅과 큰 연관성을 가져요. 특히 홈쇼핑 채널에서 ‘현재 000건 구매’, ‘N차 완판’, ‘00명이 보고 있어요’ 와 같은 문구로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경우가 해당하죠! 

👗 순백의 웨딩드레스는 누가 정한걸까요?

• 생일이 되면 케이크에 나이 수만큼의 양초를 꽂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요? 결혼식 예물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을 ‘관습’ 또는 ‘풍습’이라 부르며 대부분 아무 비판 없이 수용하며 그대로 따르고 있어요. 사실 이 또한 밴드왜건 효과로 설명할 수 있어요.
  
• 지금과 같은 예식장의 장면을 처음 구성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20세기 이전까지는 다양한 색감의 웨딩드레스가 존재했으나, 영국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에 영국 여왕으로 등극했던 빅토리아 여왕이 자신이 꿈꾸던 '흰색'으로 가득 찬 결혼식을 올리며 변화가 시작됐어요. 사실 당시에 흰색 옷감은 다른 색의 옷감보다 훨씬 비쌌기에, 일반인들에게 흰색 웨딩드레스는 동경의 대상일 뿐 결코 그에 편승한 소비 행태를 보일 수 없었죠. 그러나 20세기에 표백 기술이 보편화되며 흰색 옷감의 가격이 낮아졌고, 사람들은 이전보다 쉽게 흰색의 옷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어요. 또한, 1920년에 세계적인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선보이며 다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해요. 즉, 세계적인 여왕과 디자이너의 선택, 그리고 소비자들도 기꺼이 선택할 수 있는 가격 수준이 뒷받침 됨에 따라 편승효과가 관습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죠! 

❓ 밴드왜건 효과는 왜 발생하는 걸까요?

• 사실 일반적인 경제이론에서 '개별 소비자들은 다른 사람의 소비 행태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구매 행태를 결정한다'고 가정하고 있어요. 그러나 실제 우리의 소비 행태를 살펴보면 이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왜일까요? 바로 '동조현상' 때문입니다. 
• 첫째, 사람들은 수많은 정보와 선택지 속에서 빠르고 쉽게 결정을 내리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을 참고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는 객관적인 지식이 부족할 때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또한, 이렇게 하면 자신의 지식이나 선호도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지적 부담을 줄일 수도 있어요.
• 둘째,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사회에서 적응받고 인정받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행동하고 생각하려는 욕구가 있어요. 비록 자신만의 독특함이나 차별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지만, 대신 소속감이나 안정감을 얻을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