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07 (일)

1. [고선생 에세이] 🎓
   금주의 고선생, '블랙'님 이야기.
   『그럼에도 나는 사람을 좋아하기로 했다.』
2. [오늘의 심리학 용어]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의 행동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추론하는 과정

   - "귀인이론"
3. [이런 의견이 있었어요 - 고민의 해결방법을 찾아요💊]

• 제 10대는 엉망진창이었어요. 항상 놀림받고, 버림받고, 외톨이었죠. 다행히 육체적인 폭력은 없었지만, 10대 사회의 전부인 학교에서 단 한명도 내편이 없다는 건 참 견디기 힘든 나날들이었습니다. 어렸던 저는 그 원인으로 스스로를 탓했어요.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미워했고, 나를 소중히하지 않았죠. 그러다보니 나에게 호감을 갖고 다가오는 사람도 의심하고 믿을 수 없었고, 혼자가 되길 반복했습니다.

• 20대 초반까지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살았지만, 전 제가 생각한 것보다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했고, 재밌다고 느껴지는 건 직성이 풀릴 때까지 끝까지 했으며, 무엇보다 제 삶을 놓지 않았어요. 학생이라면 공부를 했고, 20대가 된 후엔 끊임없이 진로 고민을 했습니다. 내가 나를 너무너무 싫어하는 것과 별개로 나라는 사람이 사회에 살아갈 수 있도록 발버둥 쳤던 것 같아요.

• 그렇게 살다 보니 저를 좋게 보는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신기하면서도 불안한 기분이 들었죠. "나조차 나를 좋아하지 않는데 저 사람들은 왜 나를 좋아할까?" "그러다 언젠가 다시 불현듯 내가 싫어졌다며 떠나가지 않을까?" 그렇게 불안함에 떨다가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을 때, 도피하듯 해외로 한 달 여행을 떠났습니다.
• 무계획 무일정으로 떠났던 여행은 우당탕탕이었지만, 무작정 모든 사람들을 좋아하기로 했던 제 결정과 성격은 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을 사귀게 되는 좋은 장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그저 다음날 무엇을 하고 놀고 먹을지만 고민했던 여행에서의 나날들은 나에 대한 혐오도 남의 시선에 대한 불신에서도 벗어나게 만들어 주었어요.

• 그렇게 여행을 마친 저는 조금 들뜬 기분을 지니고 귀국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대학교 복학을 준비할 때였어요. 문득 산책 나갔던 한강이 제가 갔던 여행지에 비견될 만큼 이쁘더라고요. '아, 나는 여기 지금 이 순간에도 여행지에서처럼 살 수 있구나.' 지금까지 절 막고 있던 스스로 벽이 하나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며칠 뒤, 가장 싫어하는 버릇을 하는 자신을 보고도 혐오스러운 감정보다는 어떻게 해결할지 대책을 생각하는 저를 보고 '아... 나는 이제 더 이상 나를 싫어하지 않는구나'를 깨달았어요.

• 내가 더 나아지고 더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힘들고 확신이 없어서, 그저 미워하고 포기하는 게 편했기에 날 끊임없이 미워했던 척한 게 아닌가. 그러다가 정말로 미워진 거 아닌가. 시간이 지나 뒤늦게 고백해봅니다.
• 여전히 저는 힘든 상황이 닥치면 우울하고, 섭식장애도 완치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전처럼 제가 세상에서 제일 이해되지 않거나, 싫어지진 않아요. 무기력해지고, 막막해져도 블랙이라는 사람에 대한 확신은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여전히 해결해야 할 것투성이지만, 그래도 이젠 정말 너무 힘들었던 나의 10년의 싸움을 보내줘도 될 것 같아요. (아직도 이렇게 다시 돌아볼 때면 먹먹해지고 가라앉는 건, 그때의 제가 너무 안쓰러워서라고 믿을래요.)

• 만약 저처럼 내가 밉고 제일 싫어서 자신을 혐오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매일매일 수백번 수천번의 전쟁 속에서도 나를 데리고 지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정말 고생하고 있다고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전 그게 너무 어렵고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몇 가지만 염두에 두고 나라는 사람을 바라봐주셨으면 해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나 좋을 대로 내 멋대로 해도 괜찮다는걸, 그리고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걸 말이죠.

• 많은 고선생님들께서 고생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적어주셨고, 저도 제가 힘들 때마다 하는 여러 패턴이 있지만 막상 제 이야기를 적으려니 딱히 이렇게 하면 된다고 말하기가 어렵네요.ㅎㅎ 그래도 제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많은 도움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이 당신을 싫어하시더라도 저는 당신을 정말 좋아한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유는 없어요. 사람은 그 존재 자체로도 정말 사랑스러운걸요. 정말로요.

📢 

당신의 고민 극복 이야기를 다음 뉴스레터로 초대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뉴스레터 하단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를 참고해주세요. 🎵

🔎

 <귀인이론>  

Attribution Theory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미래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의

행동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추론하는 과정

안녕하세요 ☺

고선생레터에서는 나를 이해하고 아픔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심리학 용어를 하나씩 소개합니다.

❓ 귀인이론이란?

• 귀인 이론이란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의 행동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추론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을 말해요. 우리는 귀인의 옳고 그름과는 별도로, 행위의 원인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미래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 귀인 과정을 경험하고는 해요.

🔎 내부 귀인과 외부 귀인으로 나뉘어요!

•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의 원인에 대해서 납득 가능한 설명이나 해답을 얻을 때까지 추론을 하고는 해요. 그러한 추론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행동의 원인을 그 사람의 내적인 요소(예: 기질, 성격 특성, 태도 등)에 귀인하기도 하고, 상황적 요소(예: 외부 압력, 사회적 규범, 우연한 기회 등)에 귀인하기도 해요. 이를 각각 내부 귀인(internal attribution), 외부 귀인(external attribution)이라고 합니다.

🤔 귀인의 종류는 대인관계와 행동에도 큰 영향을 끼쳐요.

• 이렇게 내가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그 사람의 내부적인 요소에서 찾는지 또는 상황적인 요소에서 찾는지에 따라서, 타인에 대한 인상 형성과 대인관계 또는 행동에 큰 영향이 미치게 돼요.
• 예컨대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노숙자를 보며 우리는 내부 귀인(‘알코올 중독이거나 게을러서 구걸을 하고 있구나’) 또는 외부 귀인(‘실직이나 파산으로 인해 구걸을 하게 되었구나’)을 할 수 있어요. 귀인에 따라 노숙자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인상이 형성되고 아울러 돈을 줄지 주지 않을지 행동도 결정되는 거죠. 

🧚 귀인의 영향력, 타인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도 있어요.  

•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로젠탈과 제이콥슨(Rosenthal & Jacobson, 1968)은 무작위로 선정된 학생들을 지능지수가 매우 높은 ‘똑똑한’ 학생이라고 교사에게 믿게 했어요. 그 결과, 8개월이 지난 후에 그 학생들의 성적이 실제로 향상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해요.
• 이러한 결과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행동에 대해 한 귀인이 그 학생들에 대한 행동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나타났어요. 이후에 이러한 행동이 학생들의 성적이나 행동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죠.
• 이처럼 개인의 믿음이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결국 자신의 믿음대로 타인의 행동이 변화하는 것은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과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고도 한답니다. (지난 레터에서 다뤘던 '피그말리온 효과' 기억하시죠?☺️)
  
  

❗ 귀인과정에서의 오류, 경계하도록 해요.

• 우리는 이러한 귀인 과정에서 여러 오류들을 범하기도 해요. 그 중에서 자신의 성공 경험에 대해서는 기질이나 성격 등과 같은 내적인 요소에 귀인하는 반면에, 자신의 실패에 대해서는 상황적 외적인 요소에 귀인하는 편파적인 자기고양 편향(self-serving bias)이 있어요.
•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시험 성적이 좋지 않다면 우리는 그 사람이 똑똑하지 않거나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게으른 사람이라고 쉽게 판단하기도 해요. 그러나 나 자신이 같은 처지에 놓인다면, 전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서 혹은 너무 긴장돼서 시험이 집중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다르게 생각하기도 해요. 
• 우리는 왜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우리의 행동에 대해 서로 다른 귀인 과정을 거치게 될까요? 사람들은 자신의 자존감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면, 자존감을 높이고 유지하려는 동기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흔한 말로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잘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자기고양 편향을 잘 나타낸 말이죠.
  
  

• 먼저, 행동의 원인을 찾기 위한 귀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오류들을 이해해요. 다음으로는, 우리의 사회적 지각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요. 마지막으로, 내가 타인과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해왔던 혹은 하고 있는 귀인 과정이 옳은가 고민한 후에, 옳은 귀인 과정을 거치도록 노력해요. 나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더 나은 대인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예요!